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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달려서 온 어제의 숙소는
어제의 그곳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곳 .
저래 보여도 있을 것도 다 있는 멀쩡한 숙소.
가스렌지 침실 화장실 다 있었고. 뭐랄까 좀 보안이 좀 불안하긴 했지만.
곰 같은 게 나오지는 않겠지. 총 든 강도가 오면 뭐 어쨌든 별 수없지.
이런 쓸데없는 걱정만 안 하면 매우 좋은 곳이었다.
아침이 밝았다. 오늘의 목표는 빙하 트래킹.
아침부터 한두 시간 정도는 운전해서 가야 하는 곳이었다.
오늘의 후보군으로는 화산 용암동굴 탐험도 있었지만 머랄까 가보면 뭐 없을 것 같은 깊은 의심과
자비 없는 가격이 어제 70만 원짜리 온천에 더 이상 큰 지출은 힘들 것 같아 포기하고
인터스텔라에 나왔던 얼음 행성을 찍었던 그곳
스카프타펠로 정했다.
Product name: | The Ultimate Glacier Hike from Skaftafell |
가격은 세금 포함 17000ISK니까 한 16만원정도.
미팅 포인트에 도착하면 간단한 설명 해주고 장비를 빌려준다.
뚝배기하고 아이젠하고. 신발.장갑. 신발도 사실 감안해서 가져간 건데
불안했던지 그냥 거기 있는 걸 신겼다. 그리고 폴대까지.
버스를 타고 한 20분인가 가면 트래킹 장소가 나온다.
그렇다고 주차장 바로 앞에 있는 것도 아니라서
꽤 걸어가야 했다.
이런 자갈밭을 아이젠을 신고 한 20분 넘게 걷다 보니 얼음밭이 나오기 시작했다.
먼가 인터스텔라 스럽기 시작한데 2프로 부족한 게
너무 한겨울에 오면 눈에 휩쓸려갈 수 있어서 조금 초겨울을 선택했더니
눈이 그닥 없었어서 흙먼지들이 많아 사실 그냥 바위같이 보이기도 했는데
다 자세히 보면 얼음이었다. 흰색 같아도 가까이 가서 보면 다 얼음.
아무튼 머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는데 영어라 그냥 대충 머
인디언이어쩌고 바위 모양이 어쩌고 하는데 이미 힘들어..
머리에 잘 들어오지도 않아서
OHOHOHOH 만 하고 이해한 척하며 쉬고 회복한 뒤에
신기한곳을 또 힘내서 구경~
빠지면 내 인생 여기 까지겠구나 싶은 곳이 있었는데
사실 더 위험한 놈이 있었다.
들어가면 서울로 나올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다음은 빙벽 타기..
(왜 했을까..)
대충 이렇게 펼쳐진 얼음길을 쭉 걸어서 빙벽 앞에 도착했다.
멀리서 보면 이런 느낌인데
눈앞에서 보면 이렇다.
대충 이 정도 높이
인솔자가 은근히 경쟁 붙여서 잠깐 열심히 해보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한 번은 그냥 오기로 후다닥 올라갔는데 그 뒤로는 즈질 체력 방전
찍어줄 사람도 없고. 동영상을 찍고 올라갔는데 하늘만 찍혀서 패스...
빙벽 타기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얼음동굴 같은 거 보러 가는 길에 있는 지형들은
여기가 얼음판이라는 걸 확실히 보여준다..
그 위에 흙좀 덮여있을 뿐..
대충 이런 느낌인데 뭐 길진 않고 안에서 보면 파랗고 밖에서 보면 하얗고..
무너질 것 같지도 않아서 스릴도 없고 그으닥 신기하지도 않고..(지쳐서 그래..)
이제 돌아갈 시간.. 왔던 길 또 돌아가야 한다..
.. 흑흑 지쳤어..
뒤돌아서 본 전경. 조금 멋있긴 했다.
그렇게 지친 몸을 버스에 놓고 장비 반납도 하고..
이게 사실 짧게 보여도 시간이 거의 한나절 다 간 코스였고 다음 코스가 상당히 멀어서
넉넉하게 이거 하나만 동선에 넣고 다음 숙소로 가서 쉴 예정이었는데.
혹시나 하는 맘에 메일을 확인하는데..
?
설마! 열어봤더니
오오 민지예요 오빠라는 스팸문자가 이다지도 반가울 줄이야..
유황 물을 견디고 켜져 있는 전화기를 보며 감동의 눈물을 줄줄 흘리며
다시.. 왔던 길로... 돌아.. 간다..
메일을 확인하고 대충 차로 돌아온 시간이 5시 6시 사이였던 것 같은데
돌아가기에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정도가 아니라.
358킬로 4시간 30분..
그리고 나의 이번 숙소는 블루라군에서 200킬로 정도..
150킬로 정도만 운전해도 되는 거리를 558킬로를 운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영업 끝나기 전에 블루라군에 도착해야 해서 서둘러야 했다..
그리고 해가 지는데..
하늘에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갈길은 멀다 550킬로 차는 왕복 2차선. 카메라도 많고
왕복 5시간 이상 운전해야 하는 상황인데
하늘에 아른거리는 것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린다.
차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나의 귀여운 삼각대로는 아이슬란드의 강풍을 견딜 수가 없었고
장노출을 기다려줄 반대편 차도의 차는 없었다.
그렇게 시도할 때마다 시간은 잡아먹혀가고
마음은 급하고.
차 안에서 찍고.
신비로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데
나는 맘이 급하다.
100프로 즐길 수 있었는데..
맘이 너무 급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전화기를 찾으면 더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어.
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달렸다.
블루라군이 문을 닫아서 못 받으면 이 모든 고생이 물거품이야..
라는 마음 하나만으로..
아무튼 열심히 달려서 10시 근처는 되었던 것 같은데 전화기를
찾아들고 다시 출발..
눈앞에는 이런 것들이 있고..
갈길은 멀고..
그래도 핸드폰을 찾은 나는
마음의 안정을 찾고..
이제 좋은 그림 있으면 잠 따위 버리고 찍어버리겠다
라는 마음을 가지고 맘먹고 오는 중에..
이상하게 보이지가 않았다..
전화기 가지러 갈 땐 그렇게 많았는데..
이런 게 앞길을 막더니..
현실은 저때가 끝이었던 것 같다..
인생은 타이밍..
그래서.. 그냥 갈 때 찍은 거 아쉬우니까 더 올려본다..
흔들리지 않은 사진이 거의 없어 건질 것이 없다..
사진은 장노출 사진이라 실제보다 좀 더 화려하게 나온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버킷리스트 한 줄 지우는 데는 아쉬움이 없다.
이 뒤로 날씨 탓도 있고 해서 제대로 된 오로라는 볼 수 없었고.
이번 일정도 달이 없는 달이 약한 일정으로 고르고 골라서 간 일정이기에
마음이 급했던 어찌 되었던 목표 달성을 하고 지금 다시 봐도 벅차오르던 기분이
아직 좀 남아있다.
실제와 가장 가까운 영상.
그렇게 달리고 달려 숙소로 달려왔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졸음까지 쏟아져서 너무나 힘들었다.. 영하의 날씨에도
창문을 열고 껌 씹고 꼬집고 하면서 이 악물고 열심히 달려서 숙소에 도착..
에어비앤비로 잡은 숙소였는데
한국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런 건 모르겠고..
너무 힘들었었다..
바로 곯아떨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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